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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머니가 예전과 조금 달라졌다는 걸 느끼면서도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같은 말을 여러 번 물어보거나 방금 둔 물건을 찾지 못하는 일이 생겼지만 나이가 들면 누구나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검사를 받은 뒤 경증 치매라는 이야기를 듣게 됐고, 그때부터 제 머릿속에는 치료보다 앞으로 어떻게 모셔야 할지가 먼저 떠올랐습니다. 그 과정에서 처음 알게 된 것이 노인장기요양보험과 재가급여보험이었습니다.
장기요양보험이 있으면 다 해결될 줄 알았는데...
저는 처음에는 부모님이 나이가 들어 몸이 불편해지면 국가에서 운영하는 장기요양보험이 있으니 어느 정도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방문요양을 이용하거나 주야간보호센터를 이용하면 국가에서 상당 부분을 지원해준다는 이야기를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간병비를 별도로 크게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까지는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머니 일을 겪으면서 하나씩 알아보니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장기요양등급을 받고 서비스를 이용해도 모든 비용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있었고 식사비나 생활에 필요한 물품 등 추가로 들어가는 돈도 계속 생겼습니다. 한 번 큰돈이 나가는 것이 아니라 매달 조금씩 계속 지출되는 구조라 오히려 부담이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때 재가급여보험이라는 것도 처음 제대로 알아봤습니다.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뒤 집에서 방문요양이나 주야간보호 같은 재가 서비스를 이용하면 일정 조건에 따라 매달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제가 알고 있던 치매보험은 진단을 받으면 진단금이 한 번 나오는 정도였는데, 재가급여보험은 실제로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간 동안 반복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달랐습니다. 그제야 간병에서 정말 필요한 것은 한 번 받는 큰돈도 중요하지만 매달 빠져나가는 비용을 버틸 수 있는 현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간병은 결국 돈과 가족의 시간 문제
어머니 일을 겪고 나니 주변에서 부모님을 간병했던 분들의 이야기가 전과 다르게 들렸습니다. 예전에는 부모님이 아프면 가족이 돌보는 것이 당연하다고 막연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한 사람이 아프기 시작하면 병원에 모시고 가는 것부터 식사, 약, 목욕, 외출까지 누군가는 계속 시간을 내야 했습니다. 하루 이틀이면 가족끼리 어떻게든 할 수 있지만 몇 달, 몇 년이 되면 완전히 다른 문제였습니다.
특히 가장 부담스러웠던 부분은 앞으로 얼마나 오래 이런 상황이 지속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매달 간병이나 돌봄에 50만 원, 100만 원씩 추가로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단순히 부모님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자녀의 생활비와 저축, 직장생활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주변에는 부모님을 돌보기 위해 근무시간을 줄이거나 일을 그만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이른바 ‘독박 간병’이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 이해했습니다.
재가급여보험을 살펴보면서 매달 지급되는 보험금의 의미도 그제야 보였습니다. 보험금 자체가 모든 간병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방문요양이나 주야간보호센터를 이용할 돈이 있다면 가족 한 명이 하루 종일 부모님 옆을 지켜야 하는 상황은 줄일 수 있었습니다. 보험료가 저렴한 상품만 고르는 것도 답이 아니었습니다. 어떤 상품은 한 가지 재가 서비스를 이용해도 보장되지만 어떤 상품은 여러 서비스를 함께 이용해야 지급되는 등 조건이 달랐습니다. 그래서 저는 월 보험료 몇 만 원의 차이보다 실제로 어떤 상황에서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지를 먼저 봐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어머니가 아프고 나서 알아본 것이 가장 후회됐습니다
제가 가장 아쉬웠던 것은 돈이 아니었습니다. 어머니가 경증 치매 진단을 받은 다음에야 이런 보험을 찾아보기 시작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지금이라도 가입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미 질환이 확인됐거나 장기요양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상태에서는 가입이 어렵거나 제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저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가 멍해졌습니다.
솔직히 그전까지는 보험을 알아보면서도 ‘아직 멀쩡한데 이런 것까지 준비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나중에 부모님이 더 나이가 들면 준비해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필요한 순간이 오고 나니 그때는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습니다. 아프지 않을 때는 보험료가 아깝게 느껴졌는데, 가입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나니 오히려 건강할 때 선택권이 있다는 것 자체가 큰 혜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마음이 무거웠던 것은 앞으로 어머니를 어떻게 모셔야 할지 가족끼리 이야기할 때였습니다. 누가 병원에 모시고 갈지, 주간에는 누가 챙길지, 비용은 어떻게 나눌지 이야기를 하는데 부모님을 두고 가족끼리 돈과 시간을 계산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씁쓸했습니다. 누구도 부모님을 모시기 싫어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었지만 각자 직장과 가정이 있으니 현실을 무시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때 저는 노후 준비라는 것이 결국 부모님 한 사람만을 위한 준비가 아니라 가족 전체가 무너지지 않도록 준비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처음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머니 일을 겪은 뒤 제 보험과 가족들의 노후 보장부터 다시 확인했습니다. 아픈 뒤에 보험을 찾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장기요양등급과 재가급여 보장 조건도 하나씩 비교했습니다. 결국 저는 간병 준비는 필요해진 다음이 아니라 아직 필요하지 않을 때 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그래서 건강할 때 준비할 수 있는 보장부터 다시 점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