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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내가 유방암 진단을 받기 전까지 보험금이라는 것을 실제로 받아본 적이 없었습니다. 매달 보험료가 빠져나가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돈이 언젠가 우리 가족에게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깊이 생각해본 적도 없었습니다. 보험은 당장 필요하지 않은 지출처럼 느껴졌고, 아프지 않으면 그냥 사라지는 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유방암 진단을 받고 보험금 3,000만 원이 통장에 들어온 날, 보험을 바라보는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그날 통장에 찍힌 숫자는 단순한 보험금이 아니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우리 가족이 경제적으로 흔들리지 않도록 버틸 수 있게 해준 안전장치였습니다.
암보험, 3,000만 원이 들어온 날
아내가 유방암 진단을 받은 뒤 보험금 청구를 진행했습니다. 진단서와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서 제출했고, 며칠 후 통장에 3,000만 원이 입금됐습니다. 입금 내역을 확인하는 순간 여러 가지 감정이 한꺼번에 들었습니다. 아내가 암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은 여전히 믿기 어려웠지만, 적어도 치료 과정에서 돈 문제까지 동시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는 큰 도움이 됐습니다.
더 놀라웠던 것은 보험금을 받은 계약이 가입한 지 10년이 넘은 오래된 보험이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만기가 가까워지고 있어서 조금만 더 지나면 별다른 보장 없이 끝날 수도 있었던 보험이었습니다. 그동안 보험료를 납부하면서도 이 보험이 실제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오래전에 가입했고, 해지하기도 애매해서 계속 유지했던 보험이었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그 오래된 보험이 3,000만 원이라는 큰돈을 지급했습니다. 평소에는 존재감이 거의 없었던 보험이 가족에게 가장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효자 노릇을 한 것입니다. 치료비뿐만 아니라 일을 쉬면서 생길 수 있는 소득 감소나 생활비에 대한 불안도 어느 정도 덜 수 있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보험은 병원비만 보상하는 상품이 아니라, 아픈 기간 동안 가족의 생활을 지켜주는 돈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암보험 가입 기회, 전화 권유 5번을 거절했습니다
사실 저에게는 암보험에 가입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보험회사나 설계사에게 암보험을 준비해보라는 전화를 적어도 다섯 번 정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전화로 보험 가입을 권유하는 방식 자체가 신뢰되지 않았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이 갑자기 전화를 걸어 암보험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니 판매를 위한 말로만 들렸습니다.
저는 전화가 올 때마다 지금은 필요 없다고 말했습니다. 기존 보험이 있다고 둘러대기도 했고, 나중에 알아보겠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기도 했습니다. 주변에서 암보험 이야기를 해도 젊고 건강한데 굳이 추가로 가입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암이라는 병은 나와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뉴스나 다른 사람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여러 번의 가입 기회를 모두 놓쳤습니다. 당시에는 보험료를 아낀다고 생각했고, 불필요한 권유를 잘 거절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내가 실제로 유방암 진단을 받고 나니 그때의 전화들이 계속 생각났습니다. 그중 한 번이라도 제대로 보장 내용을 확인하고 가입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전화로 권유받은 보험에 무조건 가입했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보장 내용이나 보험료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가입하는 것도 위험합니다. 다만 저는 상품을 검토한 뒤 거절한 것이 아니라, 암에 걸릴 가능성 자체를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거절했습니다. 그래서 더 후회가 남았습니다. 가입할 기회가 있을 때 최소한 어떤 보장을 받을 수 있는지 확인이라도 해봤어야 했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 암에 안 걸릴 거라 생각했습니다
저는 우리 가족에게 암이 생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특별한 증상이 없었고, 평소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암보험을 준비하지 않은 사람 대부분이 비슷한 생각을 할 것 같습니다. 아직 젊고 건강하니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암은 준비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았습니다.
아내가 유방암 진단을 받은 뒤 실제 치료비를 계산해보니 국가의 중증질환 지원 덕분에 병원에 직접 납부한 비용은 약 100만 원에서 150만 원 정도였습니다. 처음에는 암 치료라고 하면 수천만 원의 병원비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본인 부담 치료비는 예상보다 크지 않았습니다. 반면 보험에서는 진단금으로 3,000만 원이 지급됐습니다.
치료비가 100만 원에서 150만 원 정도였으니 보험금에서 병원비를 제외하면 상당한 금액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그 돈을 받아보니 마음대로 사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생활비나 다른 곳에 사용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저에게는 그 돈이 아내가 암 진단을 받고 받은 돈이었습니다. 마음속으로는 아내의 목숨값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통장에 3,000만 원이 입금된 뒤 아내에게 그 돈을 어디에 쓸지 한 번도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제가 먼저 사용처를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조심스러웠습니다. 그 돈은 단순한 여윳돈이 아니라 아내가 치료를 견디고 회복하는 동안 필요한 모든 상황을 위해 남겨둬야 할 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저는 보험을 무조건 많이 가입하는 것보다, 현재 가입된 보험에서 실제로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 먼저 확인해야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오래된 보험과 부족한 보장 내용을 다시 정리했고, 가족에게 필요한 진단비가 어느 정도인지 직접 계산해보기로 했습니다. 아내가 치료를 마칠 때까지 3,000만 원은 별도의 통장에 그대로 남겨두기로 했습니다.